혼자사는 남자, 2개월 수컷 아깽이 입양하다.


안녕하세요, 아깽이 키우는 남자입니다.


저는 최근에 저희 집 빌라 주차장에 거주하고 있는 길고양이와 친분이 생겼어요.
이녀석이 저와 함께 집에 훅 들어오게 된 날부터..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날 빌라 계단에 앉아있던 길고양이가
제가 저희 집 문을 여는 순간 쏙 하고 들어왔어요.

간택인가..? 씨부레 아무런 준비가 안됐는데?

혹시나 다시 나갈까싶어서 밤 늦게까지 현관문을 계속 열어두었는데
멀뚱멀뚱 쳐다볼 뿐 나가진 않고 눌러앉아버립니다.



이녀석입니다. 차 지붕에서 그루밍을하고 빌라 입구에 앉아 저를 빤히 봅니다.
(사진은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간 뒤에 주차장에서 사는 모습을 찍었어요)

그래서 다음날 화장실과 모래, 사료 등을 구매했죠.
느닷없이 거금을 쓰게 됐습니다.

처음 고양이한테 관심이 생겼어요.
이 녀석은 들어와서 온 집안을 휘젓고 침대에 사람 응아만한걸 싸놓고
천하태평하게 잘 지내더군요.

길러줘야겠다 싶어서 애정을 주고 밥도 잘 챙겨주고 했는데
5일째 되던 날, 현관문 앞에 앉아 계속 우는모습을 보고
나가고싶나보다. 해서 현관문을 열어주니 다시 길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부터 여자친구를 데리고 집앞으로 오더군요.
같이 받아달라는건가..? 2마리는 무리라서 밖에서 밥을 지금까지 잘 챙겨주고 있어요.


. . . . .

길고양이랑 친분이 쌓이다보니 관심이 생겨서
불쌍한 상황에 처한 유기고양이를 입양해볼까 했습니다.

유기고양이 정보가 있는 '포인핸드'앱을 통해서
안타까운 아기들을 많이 봤는데요.
입양하려고 보호소에 연락하면 이미 예약이 되어있고 이미 입양된 아이.

지역 특성도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입양율이 꽤나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했어요.

그래서 기다릴까 하다가 페이스에 '고양이분양' 페이지를 검색했는데
정말 예쁜고양이를 분양하겠다는 분이 계셔서 이렇게 '해태'와 연을 맺었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태어난지 2개월된 코숏 아깽이.

가정집에서 어미와 함께 지냈기 때문에 안심이 됐고
무엇보다 생김새가 너무나 예뻐서 꼭 보고싶었어요.

분양자분과 간단히 인터뷰를 하고
당일에 만날 약속을 잡고 인천으로 갑니다.
(저는 서울 마포..인천까지 40분정도 거리였어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이동장은 없었어요. 아깽이라서 높은 박스와 담요만 준비해서 갔습니다.



먼 거리를 달려 아깽이를 만났어요.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아기가 너무 예쁘게 생겼어요 미묘예요.
보는순간 반해버립니다. 너무 귀여워




아기고양이는 길러주던 집사손에서 벗어나 저와 함께 차에 탔죠.
처음보는 사람과 처음맡는 냄새 자동차 엔진소리까지 많이 불안하고 무서웠나봅니다.

박스에서 나오고싶어 야옹거리면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저도 운전은 해야겠고 계속 울고불고 박스에서 나오려고 안달하니까
차를 세우고 한참을 안아서 달래줬어요.

그러길 10분. 점점 조용해지면서 잠이 듭니다.
집에 오는길 40분동안 아주 실컷 잤습니다. 뭐지 적응력?



차에서 적응할만 하니까 집에 도착해버리네요.
집에 내려주니까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면서 스스로 구석집을 찾아내네요.

테이블 아래 구석에 자리잡고 숨어버렸습니다.
바짝 긴장한 상태라서 쳐다보기만해도
야옹거리고 울고 소리치고 누가보면 잡아먹는줄..;;

그래서 구석집 근처에 물과 사료를 놔주고
애기가 왜이러는지 폭풍검색을 시작했어요.

고양이를 입양하면 첫날은 거의 숨어서 나오지 않고
길게는 7일 이상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입양하기 전에 구석구석 청소 해놓길 다행이었습니다.

이렇게 숨어서 야옹거리고 경계하길 30분..?
드디어 걸어나오기 시작합니다. 빠른데? 역시 내새끼! 친화력 조앙

그런데 기대는 잠시..
나와서는 물과 사료만 잽싸게 먹고 다시 도망가네요.
제가 움직이기만해도 극도의 긴장때문에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신경끄고 기다려줬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어요.



그날 밤. 이렇게 됐네요^^ 뭐죠 이녀석?

제가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바닥에서 우왕좌왕 어쩔줄 몰라하더니..
그래서 신경끄고 그냥 자줬는데..
결국은 침대 옆으로 올라와서 자네요? 아..날 이렇게 녹이는구나~

어쩜 이럴까요..?
제가 신경꺼준 시간동안 나름 잘 적응했나봅니다.
정말 이럴줄 생각도 못했는데..너무 고맙더군요. 이게 집사인가?

실컷자다가 새벽에 깨서는 이렇게 미소지은적이 난생 처음인 듯 싶네요.



입양 둘쨋날.
하룻밤을 같이 했다고 벌써..달려듭니다. 미치겠네요.
티비보는데 다리위에 올라와서 부비고 앉고 식빵도 굽고
사랑스러운짓만 골라서 해주네요.

발톱이 너무 길어서 밟을때마다 너무 따가운데 참고 견뎌지더라는..
이것이 집사의 길?



다리위에 앉아서 식빵도 구워주네요.
티비도 같이 보고요.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정말 이뻐요.



입양한지 둘쨋날부터 이러고 놉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니까 신나하는건지?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아요.

문제는 화장실인데..
아직 모래를 사용할 줄 모릅니다. ㅠㅠ
하필이면 화장실이 침대에 제 머리 옆입니다.

지가 자는자리도 거기인데, 왜 거기다 똥오줌을 싸는지 모르겠네요.

하루 이틀 지내다보니 애옹거리는 소리 중에서 '이건 화장실?!' 이라는
느낌이 딱 옵니다. 부리나케 달려가면 모래파는 시늉을 하고 있어요.

'실제 모래는 쓰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그럼 자세 잡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세를 잡는 그 순간!
화장실로 데려다 앉혀서 볼일을 보게해줍니다.

그런데도 아직 모래를 사용할 줄 모르고 화장실을 못가리네요.
교육하느라 똥 싸면 옮겨가지고 모래로 묻어놓기도 하고
보는 앞에서 묻는 시늉도 해주고.
여기가 화장실이라고 알게끔 냄새도 맡게 해주고..

화장실에 들어가기는 하는데 호기심일 뿐 그냥 나오네요.
얼마나 걸리려나..? 너 이것빼면 아주 완벽할텐데, 힘내자!



컴퓨터하고 있으면 발 밑에와서는 예쁘게 앉아서 야옹 합니다.
그럼 들어올려서 다리위에 앉혀주면 이러고 자요.

자세가 삐뚤어서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픈데
애기가 깰까봐 움직이지도 않고 한참을 버텨내게 됩니다.

나도 해태만큼 적응력이 빠른듯?



쿨쿨 잘도 자고있네요.
블로그 쓰면서 사진을 보는데도 미소짓네요.

자다가 꿈도 꾸는지 몸을 막 움직일때도 있고 그래요.
참 신기해.. 가끔은 원투펀치도 하든데

한참 놀이할때는 원투펀치하고 온갖거 다 물어뜯어요.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보고..

얘가 크면 아마 전 고생 많이할 것 같아요.
다 크기전에 교육을 탄탄히 시켜놔야겠어요.
난 무서운 아빠다잉? 사고치면 가만 안두겠어~



마지막으로 해태랑 장난치는 동영상이예요.

원래 배까고 드러눕는다거나 그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다던데
아기고양이라서 그런지 애교도 많고 모든걸 다 내어줍니다.

빤히 쳐다보면서 조용하게 애옹~ 하면서 달라붙을 때
정말 사랑스러워서 어쩌나 싶어요.


. . . . .

혼자 지내면서 외로운 시간들이 좀 있었는데
이제 해태랑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6월 13일 선거일에 입양해서 이제 3일차네요.

둘 중하나 죽을때까지 서로 잘먹고 잘싸고
추울땐 따듯하게 더울땐 시원하게 행복하게 잘 살자잉


. . . . .

혹시, 고양이 좀 키워보신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화장실 교육시키는 꿀팁? 있나요?

화장실을 침대에보는데
보기전에 모래파는 시늉하는 걸 보면 할줄은 아는데
모래화장실에 넣어주면 사용할줄을 몰라요.

침대에서는 화장실보고 주변을 슥슥 긁어서 가리려고 하던데
화장실에 옮겨서 보게하면
그냥 지 볼일만 딱 보고 뒤도안보고 나와버리네요


. . . . .

그리고 아깽이 관련 꿀팁 있으신분 무엇이든 댓글 주시면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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